반갑습니다. 류한석입니다.

저는 서로 멀어 보이는 두 개의 시간과 공간을 오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.

하나는 기술의 세계입니다. 이곳에서 저는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업 NodeONE의 창업자이자 CEO로 일해왔습니다. 시스템은 언제 확장을 멈추는가, 왜 거대한 조직은 기술이 아니라 조정(Coordination)의 실패로 무너지는가, 그리고 ‘최적화(Optimization)’ 이후 인공지능은 어떤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현장에서 고민해왔습니다.

다른 하나는 500년의 시간을 품은 땅, 안동입니다. 저는 안동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지만, 제 사유와 감각의 뿌리가 그곳에 깊이 닿아 있음을 뒤늦게 깨달았습니다. 전쟁과 기록, 제의와 침묵이 겹겹이 쌓여 있는 장소입니다.

저는 서애 류성룡의 15대손입니다. 그러나 이 사실은 저에게 가문의 자부심이라기보다, 왜 기록해야 하는지, 왜 미리 경계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가깝습니다. 임진왜란 이후 남겨진 ‘징비(懲毖)’의 정신은, 기억되지 않은 실패는 반복된다는 사실을 제 삶에 조용히 상기시켜 왔습니다.

이곳에서 저는 끊어진 가족사의 맥락을 더듬고, 잊혀진 제의와 언어를 살피며, 우리 몸과 제도 속에 각인된 문명의 흔적을 읽어내고 있습니다.

왜 ‘공진의 회로’인가

2에서 3으로 (From 2 to 3)

이 블로그 〈공진의 회로〉는 전혀 다른 듯 보이는 이 두 세계가 만나는 교차점의 기록입니다.

기술의 최전선에서 15년을 보내며 한 가지를 분명히 깨달았습니다. 인공지능이 데이터와 연산만으로 더 이상 질적으로 도약하지 못하는 임계점이 오듯, 우리 사회 역시 효율과 경쟁, 이분법적 사고만으로는 지속될 수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는 사실입니다.

저는 이 상태를 ‘2의 세계’라 부릅니다. 분할과 대립, 최적화와 승패의 논리로만 작동하는 닫힌 회로입니다.

그리고 지금 우리가 통과해야 할 다음 단계는 ‘3의 세계’입니다. 통합과 중재, 의미를 중심으로 서로가 서로를 조율하며 진동하는, 공진(Resonance)의 세계입니다.

이 전환의 실마리는 기술 내부에만 있지 않습니다. 신화가 품고 있던 인간의 원형, 철학이 던져온 근본적인 질문, 의식이 확장해온 감각, 그리고 정치가 회복해야 할 공동체의 기억 속에 남아 있습니다.

이곳에서 다루는 이야기들

이 블로그는 단순한 기술 블로그도, 개인적인 회고록도 아닙니다. 과거의 지혜를 빌려 미래의 위기를 정렬(Alignment)해보는 하나의 실험실입니다.

  • Technology & AI
    최적화를 넘어선 정합성(Coherence) 중심의 AI와 거버넌스
  • Philosophy & Myth
    기술 만능주의 시대에 다시 읽는 신화와 인간다움의 조건
  • Consciousness & Culture
    집단 무의식, 트라우마의 치유, 그리고 리추얼의 복원
  • Politics & Society
    이분법적 갈등을 넘어서는 제3의 문명적 상상력

인공지능의 회로를 설계하는 일과, 끊어진 기억의 맥락을 잇는 일은 본질적으로 닮아 있습니다. 둘 다 맥락을 잃은 시스템을 다시 연결하는 작업이기 때문입니다.

과거가 미래에게,
안동이 세계에게 말을 건넵니다.

우리가 잃어버린 ‘3의 세계’를 향한 여정에
당신을 초대합니다.